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장

・ 오늘 :: journal

by 덕만이형 2023. 12. 3. 12:31

본문

 
퇴근길에 아내와 배추를 사 왔다. 
 
우리 부부의 첫 김장을 위해서다.
 
그동안은 장모님이 해주신 김치를 가져다 먹었지만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직접 해보기로 했다.
 
수년간.. 장모님이 준비 해두신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통을 나르는 정도의 일은 거들어보았기에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알고 있었다.
 
 
 
 
 
 
 
 
 

 
아내는 며칠전부터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필요한 재료와 정확한 계량을 지키기 위해 메모장에 열심히 기록해 두고는
 
자기 혼자 하겠다며 나는 주방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몇 시간에 한 번씩 뒤집어 줘야 한다기에
 
새벽에 알람까지 맞춰두고 일어나서 정성을 쏟았다.
 
그 모습이 귀엽고 대견했다. 
 
 
 
 
 
 
 
 
 
 
 

 
역시.. 김장은 필요한 재료를 다듬는 게 일이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양념을 바르는 일은.. 정말 일도 아니었다.
 
처음 하는 김장에 아내는 설렘과 긴장감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 사이.. 나는 아내가 보이는 거실에 앉아 키보드를 닦았다.
 
 
 
 
 
 
 
 

 
두 식구가 먹을 김치라 배추 6포기를 준비했다. 
 
주로 외식과 배달음식을 먹기에 이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배추를 소금에 충분히 절였는데도 심지 쪽의 두꺼운 부분은 단단했다.
 
그렇다고 더 절이면 얇은 이파리 부분이 너무 짤 거 같았지만 
 
배추 절인다고 고생한 아내를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동'이 지나고 김장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 같았다.
 
 
 
 
 
 
 

 
나의 화려하지만 절제된 손놀림!
 
이 퍼포먼스를 위해서 양념을 준비해 준 아내의 노고를 칭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13년..
 
둘이서 직접 김치를 담가보니 진정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ㅎ
 
 
 
 
 
 
 
 
 

 
따로 빼둔 양념과 생굴을 버무려두었다. 
 
아내는 센스 있게 준비해 둔 수육을 삶았다.
 
그동안 나는 양념돗자리(?)를 씻고 뒷정리를 했다.
 
 
 
 
 
 
 
 
 

 
그럴싸한 맛과 비주얼을 김치와 수육을 두고 마주 앉아 소주를 한잔 했다.
 
아내는 스스로가 대견한지 김장하면서 느낀 점들을 조잘조잘 이야기를 했다.
 
나는 미소를 머금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피로에 눈이 퀭했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P.S.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짧게 편집해서 장모님께 보냈다.
 
기특하면서도.. 김장을 핑계 삼아 딸 얼굴 한번 보고 싶으셨을 모습이 그려져서
 
다음 주에는 직접 담근 김치 한통과 과메기를 사서 처가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 오늘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마귀  (0) 2023.12.29
산책  (0) 2023.12.27
웰다잉  (0) 2023.11.30
겨울  (0) 2023.11.30
탈퇴  (0) 2023.11.2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