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노느라) 바쁘기도 했고 비가 오기도 해서 감자 산책에 소홀했습니다.
일 때문에.. 이런저런 모임 때문에 사람들 만나고 웃고 떠들고 하는 동안에도
감자는 집에서 기다리며 투정이 한번이 없습니다.
집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구요 ㅎㅎㅎ
오늘은 커피 한잔하자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함께 몇시간 나갔다 돌아왔는데
감자가 얼마나 반기던지.. 꼬리를 너무 세차게 흔들다 못해 엉덩이가 움직이는거 같았습니다.
' 그래.. 너도 하루종일 집에서 얼마나 답답했겠니.. '
미안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감자 데리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사실.. 감자는 산책을 가려고 목줄을 들면 낑낑거리고 이리저리 숨곤하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신나게 따라 나섭니다.
하지만 아파트 현관에 내려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없습니다.
' 그래.. 오늘은 비 한번 맞아보지 뭐...'
성인이 되고 작정하고 비를 맞아본게 처음인거 같습니다.
늘 옷이 젖을까봐... 머리가 망가질까봐..우산을 챙겼고,
가까운 거리도 늘 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맘 놓고 비를 맞아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와 감자와 함께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공원을 걸었습니다.
비오는 밤의 공원엔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하고
목줄을 살짝 풀어주자 감자가 더욱 신이나서 껑충껑충 뛰어 다니더니
이곳저곳 살뜰히 냄새를 맡고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습니다.
저도 아내와 손을 꼭 붙잡고 비를 맞으며 걸으니 시원하기도하고
작은 일탈이 주는 해방감에 소소한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감자는 마킹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 기분이 좋으면 어정쩡하게 한쪽 다리를 들고 자기의 흔적을 남깁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매번 아내는 속으로 비명을 지릅니다.
제가 강아지를 이렇게나 사랑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감자라서 더욱 그런거 같습니다.
감자는 어릴때부터 차분했고, 뭐라고 이야기하면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허락된 장난감만 가지고 놀았고,
그 흔한 이어폰 조차 단 한번도 물어 뜯은적 없었습니다.
너무 철이 일찍든건지.. 감자보면 짠하다고 하니 아내가 말합니다.
' 막상 감자가 말썽부리면 싫어할거면서... '
' 글쎄.. 감자는 나한테 그런 대상이 아닌거 같아. 다 괜찮아...'
오늘은 감자 덕분에 비도 맞고 행복도 선물 받았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건, 참 행복한 일인거 같습니다.
비오는 토요일 아침 (0) | 2020.08.01 |
---|---|
막 나가는 남자 (0) | 2020.07.30 |
왓 더 헬!!! (Egg in Hell) (0) | 2020.07.19 |
응? 뭔가..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 (0) | 2020.07.16 |
소소한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0) | 2020.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