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춘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식구만 오롯이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조금 외딴곳에 숙소를 잡았다.
가는 동안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를 연신 따라 불렀다.
김유정역 근처에서 닭갈비를 먹었다.
김유정은..
이름과 달리 그는 남자이고, 소설가이며 파란만장한.. 혹은 광기와 집착이 가득한 삶을 살다가 질병(=치질)과 가난에 허덕이다 삶을 마감했다.
일본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한 시인 이상과 특별히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천재들의 삶이 힘든 건지..
힘든 삶을 택하고 기행을 일삼아야 후대에 천재로 칭송받는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숙소는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구했다.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오두막집이다.
주인의 세심한 감각이 집안 구석구석에 묻어나는게 친구집에 놀러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답답한 아파트 산책로에 익숙한 감자도 맘껏 냄새를 맡으며 탐색을 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보다 여행내내 감자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대충 짐을 풀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내는 마당에서 책을 읽었다.
요즘 책을 즐겨 읽는다.
나는 그 모습을 찍었다.
해가 넘어갈때즈음 맥주와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모닥불을 지펴서 맥주와 함께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
마쉬멜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굽는 방법에 대하여 아내에게 설명했다.
꼬치의 각도와 적정한 숯의 위치 그리고 회전속도 등..
그렇게 겉바속촉 구워진 마시멜로를 한 겹 벗겨서 아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자기는 그냥 하던대로 하겠다고 했다.
마쉬멜로를 구워 먹으면서까지 머리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밤이 깊도록 준비한 장작 한 상자를 다 태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았지만 충분히 충전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