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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미니 다이어리] 프롤로그 - 죽기 전에 한번은

・ 덕질 :: hobby

by 덕만이형 2025. 9. 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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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무렵, 친구와 함께 벤쿠버 예일타운에 있는 메르세데스 딜러십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전시장 한복판에 서 있던 은색 SL500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압도적이었고, 가격표를 보는 순간 다시 한번 숨이 막히는 듯했습니다.
 
매우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던 친구는 그날 망설임 없이 C클래스를 계약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의 표준은 혼다 시빅이었기에, 보닛 위의 삼각별은 또래들, 특히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습니다. 딜러십 뒷골목에 서 있던 검정색 클래식 미니.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백인 남성이 그 차에서 내리던 순간, 제 마음속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저 차를 타고 말겠다!!”
 
 
 
 
 
 
 
 
 

 
미니 브랜드를 가지고 있던 로버(ROVER)가 BMW에 인수되면서, 미니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특유의 귀여운 디자인은 유지하되, 모회사의 스포츠성이 작은 차체 속에 오밀조밀하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틈틈이 자동차를 취미로 즐기수 있게 되었고, 많은 차들을 바꿔가며 경험할 수 있었고,
 
그중에 R56, R58, F56 등 세 가지 종류의 미니도 재미있게 운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늘 클래식 미니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지만, 
 
전문가가 아닌 제가 올드카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25년 10월 1일 현재 encar 매물. 전체 4대)

최근 몇 년 사이 클래식 미니(보통 ‘로버 미니’라 불리는)의 중고 가격은 크게 오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차다 보니 새로운 공급은 없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부 차량은 하나둘씩 폐차의 길로 가고 있으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흐름이겠지요.
 
도로 위를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건강한 개체수가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졌습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타보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만약 그때가 되었을 때 이미 차가 남아 있지 않다면 어쩌지..?










그렇게 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완벽히 제 마음에 드는 조건은 아니었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구동 방식 등 기본적인 요건이 맞는 매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1년 가까이 기다려온 터라, 더 따지고 기다리기엔 시장에 나오는 차량이 너무 적었습니다.
 
‘적당한 매물을 들여와서, 천천히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매매단지로 향했습니다.
 
계약서를 쓰고 난 뒤, 차량은 로버 미니 정비의 성지라 불리는 **‘로이스 자동차’**로 보내달라고 딜러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내에게 몇 번이나 되물었습니다.
 
“내가 지금 잘한 거 맞지? 그 차, 이제 정말 내 차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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